작품소개
“태풍이 상륙하여 폭우가 몰아치고 있을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때는 오로지 그 순간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비 올 때’가 아닌 ‘비 온 뒤’의 시간임을.” ( '본문' 중에서)
폭풍우가 쏟아지는 시간, 그 고통의 순간을 우리는 영원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우리는 비를 맞아 눅눅해진 땅 위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 작가는 도시 외곽의 정신병원 의사로,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만성 조현병 환자를 돌본다. 그는 환자들이 어제보다는 나아지기를, 조금 더 버텨주기를 기대하며 지난한 치료 과정을 함께한다.
작가는 비바람이 지난 뒤에도 일상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 삶과, 만성 조현병 환자들의 삶이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완전한 치유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에서도 우리는 비 온 뒤 질척이는 길을 그저 꿋꿋하게 걸어가야 한다. 우울과 피로로 흠뻑 젖은 일상에서 가늘게 빛나는 희망 한 줄기를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고통 그다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정신병원에서 만성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을 진료하고 있다. 정신과의 일이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과 질병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보고, 안타까운 순간과 아쉬운 마음을 기록한다.
목차
프롤로그
: 사람으로 세상을 보는 일
1장 나는 그저 가만히 듣습니다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중국집 전단지의 속사정
둘째 작은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야?
이야기할 시간, 울어볼 기회
병무청은 내게 산재를 줬어
변치 않는 맛으로 일하기란
급할수록 버스에 두고 내리자
듣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건대
캐비닛은 대나무숲
자고로 전통은 도제식
나의 살던 의국은
다 큰 어른의 분노 발작
한국형 프로이트는 굉장히 바빠
북적이는 방의사의 작은 방
단 하나의 이유가 맞지 않는 이유
감정 없는 자들의 심리 상담
외딴 정신병원의 해명
미식가의 사색 니, 이 무 봔? 덴뿌라와 이북만두
2장 가늘게 반짝이는 순간
우리는 모두 그럴 거라고 믿었지
지나치게 가혹한 예정론
자의적인 소견서와 금아 선생의 실크 햇
참는 자에겐 식은 핫도그가 남나니
가스통 할배의 앞뒤 사정
나에게 가장 아픈 비수
영맨, 선반에 자존심을 두십시오
줄루어의 추억
강남에 솟아오르는 사우론의 탑
빈둥거리는 자의 고통
모두 제 위치에서만 보려 한다
각자의 마음에 감추는 북극곰
집에는 우리 아빠가 있으니까요
미식가의 사색 피진으로서의 김치밥
3장 구김진 날들을 다리며
저는 이 선생입니다
말이 놓이는 자리
청진기의 제자리
논밭을 하루아침에 밀어버리고 느닷없이
고향이 삭제되는 것을 본다
영국 왕을 모셨지
성숙한 사람은 화를 익힌다
얼음나라의 아무개손
이게 다 게임 때문이야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푸른 눈의 백정을 아십니까
시에라리온의 단 한 사람
이런 보호자, 저런 보호자
국가부도의 날
미식가의 사색 어쩌다 보니, 단골집
에필로그
: 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참고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