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난자의 통로인 나팔관, 정자의 통로인 정관, 아기의 통로인 산도, 성기의 통로인 질, 아직 이름 짓지 못한 생각의 통로는 성간 물질의 통로인 블랙홀을 닮았다. 모두 새 생명이 탄생하는 길이다. 암흑뿐인 블랙홀은 압축과 신비함의 통로이고 그곳을 통과한 성간 물질은 새 별로 탄생한다.
우리의 머리에도 블랙홀이 있다. 주변 사물을 빛의 속도로 좁은 통로로 흡수하여 생각과 사유와 판단을 탄생시킨다. 까맣게 잊은 기억이 떠오를 때, 오묘한 생각을 해내거나 창조적인 생각을 해냈을 때, 우리는 환희 작열한다. 아기의 탄생과 비슷하다. 블랙홀이 별을 탄생시켰을 때 우주도 기쁨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인간의 생각, 사유, 판단은 이 우주에 비해 미미한 존재인 우리의 것이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괴리감과 슬픔에 찬 인생 드라마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블랙홀』은 준범과 새론이 시련과 고난을 통해 재탄생하는 과정을 그렸지만 철학이라기보다 인간 사유의 가벼운 스케치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저자소개
1989년 「동그라미와 공의 융합」 동서문학 등단, 2010년 장편 『하얀손 그림자』 출간,2016년 아르코문학상 수상, 2020년 장편 『블랙홀』 출간의 이력이 있으며 현재까지 단편 23편, 중편 4편을 발표했다.
목차
작가의 말
1. 환상
2. 착각
3. 혼란
4. 좌절
5. 유치(幼稚)
6. 통찰
7. 모순
8. 사유
9. 무지
10. 씨앗
11. 자만
12. 혼미
13. 새한의 기록
14. 오류
15. 의지
16. 착오
17. 추정
18. 절망
19. 질투
20. 반성
21. 집착
22. 놀라움